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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네덜란드가 아니면 안 되었는가?

: Saxion University IBS

: 최우인




기나긴 생활이 끝나고, 학교에 복학하려던 차였다. 물리적으론 멀리 있었지만 연락은 자주 하는 정서적으로 아주 가까운 동창친구가 한명 있었다. 친구 에게 연락이 왔는데, 갑자기 네덜란드로 1년간 유학을 간다는 것이었다. 원체 언어를 좋아해 스페인어, 이탈리어에 유창한 친구였는데 하필이면 네덜란드인가 하고 궁금해졌고, 곧바로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친구는 네덜란드 문화가 마음에 들어서 간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하면 술, 마약과 더불어 유흥 문화로 유명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문화가 마음에 든다는 것일까? 그때는 네덜란드가 얼마나 매력적인 문화를 가졌는지 알지 못했다. 친구가 네덜란드로 떠나고 1년 후, 나는 대학교 3학년을 마쳤고, 취업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 전에 잠깐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침 친구가 생각나 연락을 했고, 본인도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이니, 전에 와서 같이 여행을 하자고 연락이 왔다. 역시 네덜란드라는 나라가 궁금하던 이어서 곧바로 비행기 표를 끊고 네덜란드로 날아갔다. 나와 친구는 암스테르담, 잔담, 잔세스칸스를 둘러보기로 했다. 우리는 주로 NS열차를 타고 이동했으며, 우리의 숙소는 잔담에 있었다. 숙소 호스트는 네덜란드분이셨다. 그는 우리를 친절하게 맞이해주셨다. 우리가 오자마자 혹시 빨래할 것이 있으면 달라고 하셨고, 나중에 여행하러 나간 사이 빨래들을 건조기에 말려 고이 개서 방문 앞에 갖다 주신 것이었다. 전까지만 해도 사실 나는 서방의 사람들과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고, 오히려 약간의 경계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했던 터였다. 하지만 여행을 와서 처음 만난 호스트가 베풀었던 친절함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또한 호스트와 가족 분들은 영어도 굉장히 유창하게 잘하셨다. 유럽을 돌아다니면 영어를 잘하는 분들도 몇몇 있지만, 호스트와 가족 모두가 영어로 흐르듯이 게스트들과 대화를 하는 것은 본적이 없었다. ‘어떻게 가족 모두가 이렇게 영어를 유창하게 수가 있지?’하고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유럽에 와서 처음 느꼈던 따뜻함 그리고 외국어 구사에 대한 놀라움, 그것이 네덜 란드에 대해 느낀 나의 첫인상이었다.

사실 나는 이전에 서유럽에 가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유럽이 처음은 아니었다. 전에 내가 느꼈던 유럽인에 대한 인상과 네덜란드의 인상은 완벽하게 달랐다. 대부분의 네덜란드인들은 외국인에 대해 매우 친절했으며 편견을 갖지 않고 우리를 대해주었다. 유럽을 곳곳을 돌아다닐 때는, 항상 여행하기는 좋은 도시들이 많지만, 동양인으로서 정착해 살기 쉬운 곳은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언어가 달라 소통에도 문제가 많지만, 인종차별 문제도 적지 않을 같았다. 나는 직접적인 인종차별은 많이 겪진 않았지만, 일종의 간접적인 하대는 많이 받았다. 하지만 네덜란드에서는 사뭇 달랐다. 그들은 모두 나를 ‘동양인’이 아닌 관광객이자 사람으로서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카날의 직원은 우리에게 혹시 한국에서 왔냐고 먼저 물어보고, 본인도 한국문화를 좋아한다고 하며 한국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 또, 마트에서 과일을 사는데 어려움을 겪어서 아주머니 한분께 도움을 청했는데 옆에 지나가던 분들도 세분이나 붙어 나를 도와 주셨다. 한국에서 생활할 때는 소위‘정’ 문화 덕분에 흔히 있는 일이었지만, 외국에서는 자주 겪기는 힘든 일이었다. 그들이 보기에 우리는 인종과 언어, 문화가 다른 외국인이고, 누구든 처음 보는 외국인에겐 경계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외국에서 특히 유럽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편안함을 느꼈다. 이것이 내가 네덜란드에 다시 와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들었다. 그곳에서 보았던 유명한 관광지와 추억들 때문이 아닌 단지 사람들 때문이었다. 네덜란드의 영토면적은 대한민국의 정도로 유럽에서도 작은 편에 속하며, 관광지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많이 없는 편이고, 화려하고 유서 깊은 건축물 많진 않다. 하지만 내가 매료됐던 것은 외국인에게 편견 없이 말을 먼저 건네주던 그들의 개방적이며 편견 없는 태도였다. 나는 그들과 부대끼며 그들의 자유로운 사고방식과 문화를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들은 유럽에서 영어를 가장 잘하기도 하는 나라여서, 만약 내가 네덜란드에서 산다면 따로 언어를 습득할 필요가 없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물론 그들의 모국어는 네덜란드어이지만). 네덜란드는 독일, 벨기에, 프랑스 등과 접경해있어 역사적 으로 교류가 굉장히 많았다. 이러한 지리적, 역사적 특징들 덕에 자연스레 네덜란드 사람들이 글로벌 마인드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당연히 만국 공통 어인 영어 교육률도 자연스럽게 높을 수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영어와 네덜란드어가 같은 게르만 어에서 나왔다는 공통점도 있다) 나는 경제학을 전공했고, 국제정세를 파악하고 국제문화를 배우는 것이

주된 관심사다. 최근엔 브렉시트 이후에 글로벌 기업들이 런던에서 암스테르담 으로 대거 이전하고 있다고 한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경제와 정치적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도 있지만, 네덜란드의 개방적 문화와 높은 수준의 영어 구사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아주 매력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처럼 네덜란드의 지리적 이점과 자유로운 문화가 맞물려 네덜란드의 세계적 위상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여가 지난 지금, 나는 선택에 너무 감사하다. 흔히 유럽에서 걱정 하는 인종차별 문제도 겪지 못했고, 소통 문제도 다행히 거의 없다. 상점, 특히 마트에서 제품설명이 모두 네덜란드어로 되어 있어 불편할 때가 가끔 있지만, 네덜란드어는 영어랑 비슷한 단어들이 꽤나 많아서, 제품을 찾기에 그렇게 어려운 편은 아니다. 또, 점원이나 다른 사람에게 영어로 물어보면 열심히 답변해준다. 사례를 들어보자면, 한번은 방향제를 사려는데 너무 다양한 제품이 많아 고민하고 있었다. 어떤 네덜란드분이 오셔서 제품을 추천 해주셨다. 그러고 나서는 내가 물어본 것도 아닌데 marktplaats라는 현지인들이 쓰는 중고장터 어플도 선뜻 소개해주셨다. ‘더치페이’로 알려져 있는 것처럼 네덜란드 사람들은 매우 검소하다. 이곳에서 흔히 있는 자동차들은 그들의 키와 덩치에 맞지 않게 매우 작은 소형차들이다. 또, 교수들이나 학생들처럼 통학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자전거를 많이 이용한다. 자전거를 구매할 때도 것을 사는 것이 아닌 중고 자전거를 선호한다. 그들의 검소한 소비습관은 중고시장을 크게 활성화 시켰다. 결코 네덜란드 사람들이 가난해서가 아니다. 네덜란드의 경제는 다른 유럽의 강대국 남부럽지 않다. 그들의 1인당 GDP는 영국, 프랑스, 독일을 넘은 5만 3천불 정도로 세계 11위에 위치하고 있다. 비록 영토는 작지만, 국민의 실질적 생활수준은 굉장히 높은 편인 것이다.

나는 사실은 우연한 계기로 친구와 네덜란드 여행을 계획 했을 뿐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너무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친구가 없었더라면 평생 네덜란드에 가보지도 못하고, 나라는 매일 술과 마약만 한다는 선입견만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우연히 네덜란드라는 나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작지만 매력은 굉장히 많은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한국에 와서 곧바로 교환학생을 지원했고, 당연히 다른 나라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내게 1,2,3 지망은 모두 네덜란드에 있는 학교였다. 네덜란드에 와있는 지금, 선택이 옳았음에 확신하고 있다.